2012/03/26 17:47

어떤 이해에 대한 변명 Mots vains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페북의 덧글 시스템은 긴 글을 적기가 부담스러워 이렇게.

영상을 보다 보니 충격으로 몸이 떨립니다. 이건 폭행이고, 정당화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그건 제가 더 적지 않아도, 상식적으로는 누구나 동의할 내용입니다.

... 길게 적었다가 다 지우고... 제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이런 겁니다. 틀릴 수도 있을 텐데... 대학교 선후배, 회사 동료, 친구들... 이런 세 개 정도의 준거집단을 기준으로 볼 때, 민노씨나 혹은 그 글에 트윗해준 사람들 같은 반응보다는, 저 기사에 댓글을 단 사람이나, 혹은 그 기사 안에 인용된 반응들에 가까운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담배 핀 사람이 잘못했다, 때린 사람이 잘못했다, 둘 다 잘못했다 등등. 그리고 저를 비롯해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사실 저 자리에 있었다면 별 구체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이건 제 추측입니다). 별로 도덕적이지도, 그렇다고 매우 부도덕하지도 않은, 이 정도가 제가 느끼는 평범한 시민의 수준입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저런 무자비한 폭력에 대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보다 관대하고, 피해자에 대해서는 덜 관대한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영상을 보니, 여자는 아무 행위도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남자만 미쳐 날뛴 뭐 그런 게 아니고, 남자가 그 앞에 '훈계'라는 행동을 어떤 태도로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욕설과 물건을 집어 던져 위협을 하는 장면부터 시작되더군요. 그 위협이라는 게, 무슨 정당방위를 운위할 수준이 아닌 것은 자명합니다. 그러나 쉽게 폭력을 휘두를 수도 있는 부류의 사람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행동인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주목하는 건 바로 이 부분이고, 제가 가정하는 것도 여기서부터입니다.

만약 seizethe******라는 사람이, 제가 상상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그도 저처럼 공공장소에서 드러내놓고 담배를 피며 주변사람들을 무시하는 행동에 기분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딱히 어떻게 하지는 못하고, 그저 자리를 피하거나 불쾌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게 다겠지요(이것도 제 추측입니다). 그런 반감이 기억에 잔재해 있는 상태에서 위의 영상을 도입부부터 보게 된다면, 아마도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저 피해여성이 충분히 상식적인 반응을 했다면, 일이 이 지경으로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폭력 자체를 옹호할 생각은 아니지만, 가해자만 잘못했다고 하기에는 이 피해여성의 잘못이 범칙금 3만원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만큼 큰 것 같다고. 저였다면, 여기 굵게 표시한 것과 같은 생각을 할 테고, 사실은 그게 가장 중점적인 사고의 틀로서, 가해자에 대한 옹호는 저런 반감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반사작용 같은 게 아닐까 하고 저는 추측합니다. (만약 제가 글을 썼다면, 아무래도 옹호할 여지가 없는 사람을 옹호하지는 않았더라도, 이 부당성(?) 혹은 가해자-피해자 양자 간의 형평성에 대한 불균형(?)에 대해서는 계속 의문이 남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은, 위의 추정이 맞다고 했을 때의 얘깁니다. 제가 폭력성향이 강한지 약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 폭력행위의 정도와는 별개로 이 문제가 이해되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이같은 공공질서의 위반행위에 대해 개인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반감을 해소할 방법이 없어 앙금으로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이 이 사건을 접하고 그런 앙금 때문에라도 피해여성에 대해 더 강한 반감을 나타내는 것이... 아주 비상식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저를 포함해 제가 속해 있는 사회의 상식이며 수준이 아직 덜 성숙해 있는 것 같아요.

다 적고 보니 아마, 저는 폭력성향의 문제보다도, 공감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글을 적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 폭력의 야만성에 분노를 느낄 만큼 시민으로서의 감수성을 갖추지 못한 듯. 어쨌든, 민노씨 글에 달린 댓글들이나 트윗으로 보이는 의견들은 대체로 민노씨의 의견과 같아 보이는데, 요글이 그렇지 않은(혹은 못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의미가 아주 없지는 않겠습니다. ㅇ_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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