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4 10:47

C'est plus bien d'avouer votre ignorance que de parler les idees des autres. Mots vains


(이 글은 트랙백된 민노 씨의 원글이 아니라 그 글에 달린 nassol님의 리플에 대한 글입니다. 다만, 내용상 민노 씨 글에서 연유된 글들도 있습니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보다 지적인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니까 나도 내 목소리를 보태는 것이 훨씬 편한 일인데, 그러지 않겠다고 '고백'하는 건 좋은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한 발, 한 발 가겠다'는 다짐까지 실현된다면 더 좋은 일이겠고요.

오늘따라 '독재'와 '파시즘'으로, 오랜만에 펼쳐든 <행복한 책읽기>에서 겹쳐지는 글들을 보는 묘한 우연에 재미를 느낍니다.

'dictator'의 어원은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구술하는 사람"(프라이)이다. 그러니 독재자는 혼자만 말하는 사람이다. (p.190)

파시즘이란 가만있게 내버려두지 않는 강요이다. 무엇을 말해야 한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 무엇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 파시즘의 본질이다. (p.178)

그러니 우리가 (그것이 독도든, 정치든) 잘 모른다는 사실 자체에 부끄러워하는 것은 괜찮지만, 대체로 잘 아는 것 같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1) 압박감을 느끼는 환경

은 파시즘의 그것이 아닌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고,

2) 그런 압박이 거의 없음에도 스스로 부담을 느껴 자기 목소리를 보태버린다면

그땐 무지한 내가 무의식적으로 파시즘을 조장한 것이니 나의 무지보다 더 아프게 나의 나약함을 반성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독도에 관해서는, '영유권 분쟁화'를 노리는 일본의 수작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정말 최선인가에 대해서는 저 역시 태도를 잘 정하지 못하겠습니다. 어떤 이는 우리의 실효적 지배가 국제사법에 의해서도 부인될 수 없으며, 무력침탈만이 일본이 독도를 가져갈 유일한 방법이니 그냥 무시로 일관하는 게 더 현명하다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지속적인 이슈화를 통해 결국 독도가 분쟁지역화될 것이니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차원이 아니라 '독도가 과연 우리 땅인가?' 하는 보다 본질적인 의문을 품고 계시다면, 제가 그 입장이라면 편하게 이리 생각하겠습니다. '독도가 정말 우리 땅이 아니라는, 부인 불가능한 증명이 일본으로부터 제기되지 않는 한, 나는 개연적 의문의 여지만 남겨놓고 독도는 우리 땅으로 생각하겠다.'라고요.

그리고 그런 관점을 가진 제가 만약 2MB의 입장에서 저런 상황에 처했다면, 저는 '개연적 의문의 여지'라는 말을 뺐을 겁니다. 그만큼 그 입장이 중대한 까닭도 있고, 이미 우리 사회가 2MB라면 관성적으로 진절머리를 내는 환경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의 가장 공격적인 해석은, '지금은 (일본의 입장을 수용하기가) 곤란하다. (한국 국민들을 설득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일 테고, 가장 관대한 해석은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하기가) 곤란하다.'일 것입니다. 가장 관대한 해석에 대해서도 가장 공격적인 반응으로, '곤란하다 말다 같은 소리를 할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한국의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는 추가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고요. 지금 대중의 의견이 가장 공격적인 해석으로 흐르고 있다는 가정하에(저는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꼭 그렇다는 증거는 없기에, 어디까지나 그런 가정하에서), 만약 여기서 2MB를 가령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치환해놓았을 때, 이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이 경향에서 조중동으로 바뀔 거라고, 그리고 대중의 의견이 가장 관대한 해석 쪽으로 쏠릴 거라고 생각된다면(이것도 역시 가정), 우리는 관성적인 파시즘 간의 대결구도에 놓여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따라서 이 의심은 가정적 전제로부터 가정적 예측을 내려 가정적 결론으로 도출된, 정직하게 말하자면 망상 수준이긴 합니다).

실제로 지금의 상황이 파시즘 같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어떻게 이런 정보들의 신뢰도를 결정하고 또 올바른 해석을 할 것인지 스스로는 결정하기가 어렵기에, 남의 입장을 쉽사리 좇으려 하는 것을 경계하고자 하는 거죠. 거기에 nassol님의 입장이 겹쳐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그게 결코 모자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 태도에서 방관자에 머물지만 않는다면 좋은 의견을 많이 내게 될 겁니다. 저는 그냥 방관하는 게 편해서, 꼭 그렇게 되시라는 무책임한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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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nassol 2010/03/17 01:29 # 삭제 답글

    앗! 저는 여기에 이런 내용의 글이 올라온 줄도 모르고 이제야 봤어요. 일단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파시즘에 대한 그런 설명이 있었군요. 파시즘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그런 상황이 (무언가 말하라고 강요하는 상황) 안 좋다는 거에 대해서는굉장히 공감합니다. 민노씨네 댓글에서 썼든, 독도에 대해서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해, 그렇지 않으면 네가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할 수가 없지!' 라는 분위기를 많이 느끼기 때문에 더욱 움츠러 들어요. 어떤 계기로든, 하나에 대한 소유권 주장의 대립이 생길 수는 있는 건데, 그 대립을 해결해 가는 과정으로, '무조건 적인 편들기'를 하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정체성도 있지만,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독립적인 인간으로서의 정체성도 있으니까요. 설사 대한민국에 이득이 되는 거더라도, 독립적인 인간으로 옳지 않다고 믿으면 반대의견을 낼 수도 있는 거고요. 한 발 한 발 알아가고 싶다고 한 건, 저도 독도 문제에 대한 견해(?)를 가지고 싶기 때문에 관련된 내용들을 알고 싶고, 그것에 근거해서 소신껏 견해를 가지고 싶다는 거고요(물론 그렇게 이해하신 듯 하지만요;;) 제가 접하는 책이나 블로그나 신문에서, 그런 근거로서의 내용들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것이 누가 제공한 근거이든, 결론을 이미 내 놓고, 그 결론을 따르게 만드는 근거를 주는 게 아니라, 제가 스스로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내용들이요.. 사실 독도 문제는 제 현재 큰 관심사는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 독도 오덕(?), 그런 분이 있다면, 자신의 견해를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분이 있다면, 좀 소개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대신에 저는 제 초유의 관심사에 대해서, 배우는 것, 실천하는 것, 알게 된 것, 생각한 것에 대해서 소개를 하는 것을 하려고 하고요. 댓글을 달다보니 주절주절... ㅎㅎ 이해를 부탁드려요~
  • icelui 2010/03/18 09:08 #

    아마 이런저런 의견을 내놓는 많은 사람들도 사실 뉴스에서 몇 번 전해들은 내용 이상으로 자세히 알고 있는 건 아닐 겁니다. 그 내용들이 제 기억에는 사료에서 ─ 사료적 신뢰성은 전문가들이 판단할 문제지만 ─ 근거를 찾은 것들이고, 일본 쪽에서 결정적인 반박을 한 일도 없는지라 ─ 혹은 국내에 보도가 안 되었거나 ─ 저도 독도 문제에 대해선 일반적인 의견에 동의하고 있긴 하지만요.
    지금 잘 알고 싶은 것, 잘 하고 싶은 것. 거기에 집중하는 게 더 좋을 듯 싶습니다. '누구나 다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란 수도 없이 많고, 사실 그들 대다수도 그 내용들을 잘 모르고 있으며, 그 모두를 알려다간 어느 것 하나 제대도 알기 어렵게 될 것 같거든요.
    너무 모른다고 부담 가질 것 없이, 모르는 게 많으니 배울 것도 많고 많이 틀리기도 하고, 고치기도 하면서 … 그렇게 가면 되지 않을까요.
  • nassol 2010/03/18 21:12 # 삭제 답글

    이슬뤼님 댓글을 읽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그 모두를 알려다간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알기 어렵게 될 것 같은 느낌. 정말 공감합니다. 지금 알아가는 것에 집중해서 그것만이라도 잘 알 수 있다면, 그렇게 하나하나 알아나가는 게 저에게도 더 맞을 것 같아요.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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